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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만땅 주절주절

2000년의 어느 날 울 엄마는 생선대가리 좋아해

by 별이만땅 2021.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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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나는 참 어렸다.

20대 초반이었고... 결혼한 새댁이었다.

지금은 돌아가셨고 너무 그립고 좋은 시어머님이지만

그때는 나에겐 가장 큰 분이었고, 가장 무서운 분이었다.

요즘은 그분과의 추억이 참 많이 생각난다.

처음 결혼을 해서 시어머님과 함께 했을때 

참 우리집과는 다른 분이었다.

아마~ 이런 저런 부분에서 봐도 지금 부모님께는 다르다.

언제인가 시어머님께서는 분주 하셨다.

서울에서 근무하시던 시아주버님께서 오신다고 시장에서 돼지고기를 한봉다리 구입하셔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소분 하여 냉동해 놓으셨고 다른 반찬들 열심히 하셨다.

왜 그랬을까?

시아주버님 서울 가실때 모두 싸주려고 하셨던 것이었다.

내가 이것이 왜 이상했을까?

언젠가 아가씨가 서울에서 내려 왔을때는 시장에 안가시는 것을 보면서

왜 아들과 딸이 이렇게 다를까 싶었다.

우리집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나에겐 익숙하지 않았다.

아무튼~ 뭐 이것까지는 그럴 수 있었다.

시아주버님이 오셔서 저녁식사 시간

시어머님, 시아주버님, 우리 부부 4명의 식탁!

물론 그 시잘 굴비는 비쌌다.

난 참고로 굴비를 먹지 않는데 식탁엔 굴비 2마리가 올라왔다.

어머님께서는 굴비의 대가리만 드셨다.

참 왜 ?

사실 우리 엄마는 굴비 살만 드셨는데 왜~ 시엄니는 대가리만 드시지?

참고로 우리집도 부자는 아니었다.

우리 엄마는 가족과 같이 음식을 즐기셨는데 어머님은 아닌듯 했다.

시아주버님이 올라가시고 난 신랑에게 물었다.

" 오빠 왜 어머님은 굴비 안드셔? 굴비 싫어하셔?

굴비 머리 드시는 걸 보면 싫어 하시는거 같지는 않는데...? "

라고 ...

 

신랑의 대답은?

" 울엄마는 원래 생산대가리 좋아하셔, 생선 대가리만 드셔? "

과연 그게 진짜일까?

이런 생각이 들어 며칠후에~ 친정엄마가 주신 굴비를 구웠다.

난 굴비를 먹지 않았기에 2마리를 올렸다.

식탁엔 시어머님과 우리 부부 세명이었는데 시어머님은 깜짝 놀라시면서

' 1마리만 구우면 되지? 뭐하러 2마리 구웠냐? ' 라고 하셨다

그래서 난,  ' 사람이 3명이잖아요....!  어머님 전 굴비 안좋아해서 어머님이랑 오빠것 해서 2마리 구웠어요! ' 라고 했다.

시어머님은 마지못해서 굴비를 드셨는데 어찌나 맛있게 드시는지...

신랑은 그런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 시절에 시어머님은 자신의 입에 들어가는 것 조차 아까워서

자신은 드시지 않고 자식들의 입에 넣어 주셨던 분이셨다.

 

신랑에게... 내가 한 말은...

" 어머님 살도 잘 드시는데...!! " 라고 이야기를 하니 

신랑은 참 멋적어 했다.

 

그땐 나도 아이가 없어 어머님의 맘을 몰랐다.

맛이 있는 것을 시어머님께서도 챙겨 드시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나도 맛있는거 보면 딸이 생각나니..

어머님은 3남매를 모두 먹여살리려니 어쩔 수 없었을거 같다.

 

난 이런 어머님의 모습을 보고 참 어릴적부터 어렵게 사셨는지 알았으나

그 후로 몇년이 훌쩍 지나 시어머님과 더 사이가 좋아지면서 알게 된 사실!

시어머님께서는 부잣집 무남독녀이셨다고 하신다.

시어머님의 아버지인 신랑의 외할아버지께서는 엄청난 부자였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 조차도 시외할아버님의 땅을 지나 가야할 수 밖에 없었다고 들었을정도로

너무 귀하게 자라 매년 명절이면 명절 빔으로 새옷을 늘 만들어 주셨고

그 시절 설탕을 밥숟가락으로 떠서 드셔도 아무도 뭐라고 하시지 않을 정도로 재력이 있으셨다고...

무남독녀에 늦게 태어난 딸이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을거 같았다.

이런 시어머님이 시집을 가고 집안의 성화에 못이겨 집안의 조카를 양자로 들였다고..

난, 여기서 어머님이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

시외할아버지 외할머님께서 돌아가셨을때 재산 분쟁이 났을때

시어머님은 1도 필요 없다고 포기를 하셨다고...

나였다면 내 자식을 생각해서 그러지 못했을텐데...

시어머님은 어떻게 하셨을까?

싶은 생각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우리 시어머님이다.

그런데 요즘은 왜이리 보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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